[엄명섭 대표 월간 인재경영(23. 11) 기고] 슬기로운 현대인의 관계정립 “필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 설정!”
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 한다. 예로부터 “친구 세 명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”이라는 말이 있다. 여기서 ‘친구’란 ‘진정한 친구’, 즉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눈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를 말할 것이다. 관련하여서 ‘관포지교(管鮑之交)’라는 고사성어도 있고, “진실하고 좋은 친구 한 명은 만 명의 친인척보다 낫다”라는 격언도 있다. 과연 지금 세대들에게도 이러한 ‘가까운 친구’가 정답일까?
Weak Tie? 그게 뭐지?
필자가 MBA에서 ‘조직행동론’을 공부하던 시절, 교수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. 앞서 언급한 친구의 경
우는 ‘Strong Tie’에 속하는데 그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며, 오히려 대략 아는 사이에 불과한 ‘Weak Tie’가 좀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. 예를 들자면, 애인이 없는 친구에게 누구를 소개할 때 절친의 경우는 너무 가깝기 때문에 적당한 사람을 소개해 줄 수가 없지만, 어쩌다가 만나는 사이인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인재 POOL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은 파트너를 소개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. 즉, 늘 나에게 진심이고 나를 너무나 잘 아는 친구보다, 그럭저럭 아는 사이인 SNS상의 지인이 더 유용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.
가족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고?
사람 사이에 적절한 거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은 놀랍게도 ‘Strong Tie’의 대명사인 가족관계에서도 나타
난다. 오래전 필자가 인사과장으로 전사 인사발령을 담당했을 때 불미스럽게도 ‘인간백정’이라는 별명을 얻은 적이 있다. 당시 사내 결혼이 예정된 커플이 같은 사업부에서 근무 중이었는데, 이들의 결혼계획을 모르던 필자가 그중 한 명을 지방발령을 내버린 것이다. 주위에서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신혼부부를 멀리 찢어 놓을 수 있느냐며 농담 섞인 놀림이 있었고, 필자는 졸지에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(?) 인사담당자의 오명을 썼던 적이 있다.
그 일 이후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, 한 후배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. 이 친구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는데,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회사의 ‘배려’로 지금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. 아니, ‘백정’이 아니라 ‘배려’라고? 그 친구 이야기로는 ‘3대가 덕을 쌓아야’ 주말부부가 될 수 있다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. 이유를 물어보니 부부가 매일 붙어 있으면 싸우다가 이혼까지 하기 쉬운데, 주말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만 보니까 다툴 일도 없고, 오히려 정이 더 돈독해진다는 게 이유였다.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인식이 바뀌었다.
...(이하 생략)...